잔몽2 중국 문호 루쉰이 제자 쉬광핑에게 쓴 편지. 인생이라는 장도에는 큰 난관이 두 가지 있다.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가 그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묵적 선생도 통곡하다 돌아 갔다고 하지만, 나는 울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우선 갈림길 앞에 앉아 쉬거나 한숨 자도 괜찮을 만한 길 하나를 택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가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음식을 달라 해서 허기를 달래되, 길을 묻지는 않으련다. 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 길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놈이 배고픔을 참다 못해 제 갈 길을 가면 그때 내려올 것이고, 끝내 가지 않는다면 나무 위에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허리띠로 몸을 꽁꽁 묶어두고 시체마저도 놈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없다면 놈에게 잡아먹히긴 먹히되, 놈을 한 입 물어뜯어도 무방할 것이다... 2024. 11. 19. 생각합니다. 매미는 울음을 토해내고 나는 무엇이든 꾹 눌러 담아야 했던 무더운 밤. 목적 없이 돌아다니던 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역대가 자유롭게 오가는 걸 보니 노래인데 조금 희한하다 싶은 요란함이어서 나는 그 소란함이 얼른 지나가길 바랐다.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소리는 꽤 시끄러워서 다문 입술에 힘이 들어갔으며 내 앞을 지나갈 땐 줄어들지 않는 목청에 결국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시끄럽게……. 눈이 마주치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시끄럽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개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정중하게 띄우는 미소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별 대꾸 없이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그는 어물쩍 멀어졌고 좀 멀어진 기척이 난 뒤에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위가 어두워.. 2024. 11.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