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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몽

생각합니다.

by luvlee 2024. 11. 15.

매미는 울음을 토해내고 나는 무엇이든 꾹 눌러 담아야 했던 무더운 밤. 목적 없이 돌아다니던 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역대가 자유롭게 오가는 걸 보니 노래인데 조금 희한하다 싶은 요란함이어서 나는 그 소란함이 얼른 지나가길 바랐다.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소리는 꽤 시끄러워서 다문 입술에 힘이 들어갔으며 내 앞을 지나갈 땐 줄어들지 않는 목청에 결국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시끄럽게……. 눈이 마주치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시끄럽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개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정중하게 띄우는 미소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별 대꾸 없이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그는 어물쩍 멀어졌고 좀 멀어진 기척이 난 뒤에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위가 어두워진 길 위로 사람과 개의 뒷모습이 멀어지고 있었다. 개는 사람의 목소리에 제 주인과 시선을 맞추며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내게는 듣기 힘들었던 날카로운 소리가 그 작은 생명에게는 천사의 노래라도 되는 듯 벌어진 입 사이로 혓바닥을 내밀고는 헥헥 웃었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마침내 모퉁이에서 모습이 사라졌을 때, 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그 부끄러움은 오랜 시간 딱딱하게 굳어있던 좁다란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와도 같았다. 그랬구나. 나, 아주 오랫동안 내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도무지 주변의 기쁨을 볼 줄 모르게 되었구나. 그 간단한 깨달음이 그토록 늦게 와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이제껏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대하는 나는 어땠을까.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것을 빠르게 판단하고, 편향된 생각을 덮어씌우고, 비난하고, 쉽게 단정 짓지 않았던가. 집으로 향하며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두서없이 떠올렸다. 걸핏하면 쓰던 말 중에 폐를 끼친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이의 아이다운 모습에, 젊음의 소란에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치고 가는 실수에, 몸과 마음이 폐허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밤늦게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길 위의 동물들에게, 자라날 뿐인 줄기와 잎사귀들에게, 그 모든 것들에게 뾰족함을 표출해 내는 나의 마음이 폐 그 자체가 아닌가 싶어 의아해졌다. 기준이란 건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나의 귀찮은 마음을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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