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5

함안에 다녀왔다. 여름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올해는 여름의 더위가 버거웠다. 주말에 어디 바람 쐬러 갈 곳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함안의 라는 카페를 추천했다. 1.귀여운 고양이가 있다. 2.카페가 아기자기 예쁘다. 3.커피가 맛있다.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바로 출발합니다.고즈넉한 골목 한켠에 위치한 카페 다희. 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했다. 입구쪽에 귀여운 거울이 있다. 외모 체크하는 친구의 팔과 함께 찍어본다. 입구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니 마루에 복동이의 사진이 짠 하고 나타난다. 엑자에 고이 끼워진 복동이의 사진. 넹. 저도 반갑습니다. 카운터로 가 메뉴를 살피는동안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릴 보고 벌렁 드러눕는 복동이가 있다. 어머 귀여워 어머어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장님의 말씀으로 복동이는 사람을 좋아.. 2024. 9. 20.
글을 읽고_연년세세(황정은) 한세진은 가끔 이순일의 피로에 책임을 느꼈지만, 그 집 구석구석에 쌓이고 있는 엄마의 피로와 엄마의 후줄근한 크록스 샌들 같은 것이 자기의 무능 탓인 것 같은 순간도 있었지만, 대개는 그 이야기들을 그냥 들었다. 그래 엄마, 그래요, 하면서.-22 해마다 사람 키만큼 자란 풀들을 낫으로 끊어내며 가야 하는 마른 도랑과 뱀이 늘어져 있곤 하는 덤불,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해 휘어진 나무와 이끼들, 볼품없이 이지러진 봉분과 멧돼지가 다녀간 흔적들, 묘를 둘러싼 밤나무, 소나무의 침묵을 그들은 몰랐다. 이순일이 매년 낫으로 길을 내며 거기로 올라가는 이유를 한세진은 이해했다. 엄마에게는 거기가 친정일 것이다. 그 묘가.-17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그런 거 아냐.너무 효도하려고 무리.. 2024. 9. 19.
글을 읽고_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 나는 열다섯 이후로 지금껏 모래성이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우수수 무너져버리는. 그런데 이제는 정말 힘든 것 같다. 갈수록 더 작은 땅의 진동에도, 더 가벼운 손짓에도 스러져 내린다. 더 이상 누군가 나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버티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제는 아예 무너져 있고 싶은데, 그러려면 나를 어디까지 버려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 놓아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 나를 미워하고 괴롭혀야 하는 걸까.-29,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 숲 #43814. 범인들은 정신의학적으로 질병을 가졌을 수 있고, 그 질병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행위가 왜 '하필이면 그렇게' 전개되었는가이다. 사건 사고의 원인을 그저 질병으로 환원하는 것만큼 간.. 2024. 9. 19.
글을 읽고_체공녀 강주룡(박서련) 주룡은 나무를 떠올린다. 손을 넣어 만져볼 수 있다면, 우선 식도를 지나갈 때 죽은 나무의 좁은 옹이구멍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는 듯한 통증을 느낄 것이고, 내장들은 손이 스치는 대로 낙엽처럼 바스러질 것이다. 그대로 뒷구멍까지 손을 밀어 넣어 뽑고 어깨를 구겨 넣고, 머리도, 나머지 한 팔도 넣으면 ……배가 부르겠지. 나는 뒤집히겠지.-7 모든 것이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게 보인다. 작고 우습다. 무엇에 그토록 성이 났었는가도 잊힐 만큼 만사만물이 멀게 느껴진다. 다시 저 아래로 내려가면 나 또한 그렇게 작아지겠지. 다시 사소한 것에 화가 나고 사소한 일에 울고 웃겠지. ……주룡은 그것이 외로움인 줄도 모르고 외로움을 곱씹는다. 오래 골몰할 수는 없는 생각이다.-33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독립된 나.. 2024. 9. 19.
글을 읽고_딸에 대하여(김혜진) 젓가락으로 굵은 면발 하나를 건져 먹는다. 젊은 시절엔 이런 면 음식을 즐겨 먹었다. 세 끼 중 한 끼를 꼭 면으로 해결할 정도였다. 면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먹고 나서가 문제다.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부룩한 배를 어루만지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금 몸을 일으키는 짓을 얼마나 반복해야 하는지. 즐거운 일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말이다.-8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 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 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 .. 202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