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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2

글을 읽고_바늘과 가죽의 시(詩) (구병모) 백 아니면 흑. 나 아니면 너. 우리 아니면 그들. '아니면'의 자리에 '과'나 '와'가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짝지어서 불리는 예외도 있는데 죽음과 삶을 가리킬 때. 죽음과 같은 삶. 삶이자 죽음. 생명이 거한 곳에 어김없이 절반의 지분을 차지한, 삶과 죽음.-12살아남는다 치면 그 영속성이, 그러나 영원한지는 알 수 없는 고작 그뿐인 지속성이 주는 의미란 무엇이겠는지를, 묻지 않는다.-39사람들이 통틀어 옛날이야기라고 부르는 전설이나 신화, 민담에는 그런 이들 천지다. 저주와 천대와 박해를 받지만 사실은 유능하거나 은밀한 축복을 받은 이들이, 잘난 척하다 곤경에 빠진 친인척을 구해내고 기운 집안의 부를 일구거나 마을을 구한다. 미아는 형제들과 세상을 거닐 적에 그런 인간들을 비롯하여 그런 인.. 2024. 9. 22.
글을 읽고_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 나는 열다섯 이후로 지금껏 모래성이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우수수 무너져버리는. 그런데 이제는 정말 힘든 것 같다. 갈수록 더 작은 땅의 진동에도, 더 가벼운 손짓에도 스러져 내린다. 더 이상 누군가 나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버티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제는 아예 무너져 있고 싶은데, 그러려면 나를 어디까지 버려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 놓아야 하는 걸까. 어디까지 나를 미워하고 괴롭혀야 하는 걸까.-29,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 숲 #43814. 범인들은 정신의학적으로 질병을 가졌을 수 있고, 그 질병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의 행위가 왜 '하필이면 그렇게' 전개되었는가이다. 사건 사고의 원인을 그저 질병으로 환원하는 것만큼 간.. 2024.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