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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해의 품

글을 읽고_속죄(이언매큐언)

by luvlee 2024. 11. 12.

그러나 어른처럼 보이는 데 겉치장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가식적인 관대함이었다.-58


__억명의 사람들이 __개의 생각들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어느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61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 .
그녀가 아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떤 힘을 휘두룰 수 있는지, 그리고 모든 일이 틀어지는 것이, 그것도 완전히 틀어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희미하게나마 깨달았다.-65



사람을 불행에 빠뜨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이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똑같은 존재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 그리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모든 마음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것이 소설이 지녀야 할 유일한 교훈이었다.-67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그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상사를 그르치 는 일이며 쓸데없는 짓일 뿐 아니라 화를 부를 수도 있다. 어떤 일들은 정말로 그렇다.-215



"그러면 네가 그를 본 거구나."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네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자. 지금 네 말은 네가 그를 보았다는 거지?"
"네, 내가 그를 봤어요."
"지금 네가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니?"
"네.
"네가 네 눈으로 직접 그를 보았다는 거지?"
"네, 내가 그를 봤어요. 내가 그를 봤어요.“-259



의식이 분명해지면 괴로웠다. ...... . 그의 마음 때문이었다. 정기적으로 무언가가 사라져갔다. 연속성이라는 일상의 원칙, 인생에서 자신이 어느 곳,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려주는 평범한 그 요소가 점차 의식 속에서 희미해졌고, 결국에는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의 주체인 자신에 대해서는 망각하는 백일몽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책임감이 사라졌고, 몇 시간 전의 기억도 사라졌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획이 무엇 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한 관심도 사라져버렸다. 도저히 이치에 닿지 않는 엉뚱한 확신에만 사로잡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곤 했다.-348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죄란 과연 무엇인가? 별 의미가 없었다. 누구나 다 유죄이기도하고, 무죄이기도 했다.
...... .
우리는 매일 서로의 죄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다.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죽게 내버려둔 적도 없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두었나?-368,369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 서 정면으로 부딪치기 싫어했던 것은 소설에서도 빠져 있었다. 진정한 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449



신이나 소설가에게 속죄란 있을 수 없다. 비록 그가 무신론자라고 해도. 소설가에게 속죄란 불가능하고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 . 나는 그들에게 행복을 주었지만, 그들이 나를 용서하게 할 만큼 이기적이지는 않다. 그럴 만큼 이기적 이지는 않다. 아직 그만큼은 아니다.-521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떻게 느낄까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의 본질이며, 동정과 연민의 핵심이고, 도덕성의 시작이다." 세상을 파괴하는 폭력적인 상상력과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주는 상상력. 그 경계는 어디인가.-<가디언>지에 실린 이언 매큐언의 논평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