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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해의 품

글을 읽고_천개의 파랑(천선란)

by luvlee 2024. 9. 19.

"미안, 인간이 원래 이렇게 주책없어. 그런데 너는 그리움이 뭔지 모르겠지? 부럽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P.204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P.205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P.286

 

투데이는 다른 말들과 달리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빠른 속도로 앞을 내달리는 다른 말들과 달리 투데이는 느린 첫 걸음을 뗀다. 무릎이 아픈지 호흡이 다소 거칠다. 너무 아프면 뛰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이미 주로에 섰으니 그걸로 됐어요.

힘들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생명이 무언가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들려온다. 느린 말을 출전시켰다는 원성이다. 투데이도 그들의 야유를 알아들을까. 투데이의 앞으로 맥주캔 하나가 깡,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투데이는 개의치 않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맥주 캔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주로에 물건을 던지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 저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P.352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