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나 약속 따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음날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그는 불편을 느꼈다.-13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실제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매순간 아주 무분별하게 행동한다구. 친구가 된다거나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아마도 내가 말한 경우에 해당되겠지.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몫을 철저히 혼자서 지고 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는 없는 거야. 누군가 죽었을 경우에도 그걸 알 수가 있지. 하루, 한 달, 또는 일 년동안 사람들이 통곡하며 애도하겠지. 하지만 그러고 나면 죽은 자는 영원히 죽은 거야.-71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아버지는 그의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는 이성까지도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모든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79,80
그때 멀지 않은 언덕 위의 밝은 지평선으로부터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여행자였는데 한순간 푸른 하늘 빛에 온통 둘러싸인 채 자유롭게 우뚝 선 모습이더니,-93
자네가 말하는 재능이란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야.
난 약간 멋들어지게 휘파람을 불 수 있고, 아코디언도 연주하고 때때로 시도 지을 수 있네.
예전에는 달리기도 잘했었고 춤도 못 추는 편은 아니었지. 그게 전부야.-99
그는 미소 지으며, 정원들 사이로 난 울타리 길로 접어들었다. 그 길은 이 지방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길이었다.
그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117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명확했던가! 당시에 그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면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삶은 그에 동의했고,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122
"하지만 그것도 모두 제가 아직 젊었을 적, 옛날 이야기입니다! 전 왜 그것들로부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또 훌륭한 인간도 못 되었을까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말입니다."
"한탄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모든 일이 선하고 바르게 이루어져 왔고 그 어떤 것도 다르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는 것을 정말 모르겠니?"-133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 "이제 더 한탄할 게 없느냐?"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134,135
작가는 자신을 매혹시키는 것을 묘사하는 자라고 생각해. 크눌프와 같은 인물들은 나에게 매우 매혹적이네. 그들은 <유용하지는>않지만 많은 유용한 사람들처럼 해를 끼치지는 않지. .……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1954년 1월 보낸 편지중에서, 헤르만 헤세.
모든 건 함께 가치있고, 함께 가치없다. 구분되고 나눠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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