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7 중국 문호 루쉰이 제자 쉬광핑에게 쓴 편지. 인생이라는 장도에는 큰 난관이 두 가지 있다.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가 그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묵적 선생도 통곡하다 돌아 갔다고 하지만, 나는 울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우선 갈림길 앞에 앉아 쉬거나 한숨 자도 괜찮을 만한 길 하나를 택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가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음식을 달라 해서 허기를 달래되, 길을 묻지는 않으련다. 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 길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놈이 배고픔을 참다 못해 제 갈 길을 가면 그때 내려올 것이고, 끝내 가지 않는다면 나무 위에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허리띠로 몸을 꽁꽁 묶어두고 시체마저도 놈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없다면 놈에게 잡아먹히긴 먹히되, 놈을 한 입 물어뜯어도 무방할 것이다... 2024. 11. 19. 글을 읽고_동물농장(조지오웰) 일곱 계명 1.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다. 3.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모든 동물은 평등하다.-28"저기 저 위에 말이야, 동무들." 그는 커다란 부리로 하늘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하곤 했다. "저 검은 구름 너머에 말이야, 우리 불쌍한 동물들이 영원히 노동에서 해방되어 편안히 쉴 수 있는 슈거캔디산이 있어!" 자기가 언젠가 한번 하늘 높이 날다가 실제로 그 나라에 들어가 본 적이 있고 거기서 사시장철 클로버와 아마씨케이크가 자라는 풀밭과 각설탕이 자라는 울타리도 제 눈으로 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2024. 11. 17. 생각합니다. 매미는 울음을 토해내고 나는 무엇이든 꾹 눌러 담아야 했던 무더운 밤. 목적 없이 돌아다니던 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역대가 자유롭게 오가는 걸 보니 노래인데 조금 희한하다 싶은 요란함이어서 나는 그 소란함이 얼른 지나가길 바랐다.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소리는 꽤 시끄러워서 다문 입술에 힘이 들어갔으며 내 앞을 지나갈 땐 줄어들지 않는 목청에 결국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시끄럽게……. 눈이 마주치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시끄럽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개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정중하게 띄우는 미소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별 대꾸 없이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그는 어물쩍 멀어졌고 좀 멀어진 기척이 난 뒤에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위가 어두워.. 2024. 11. 15. 글을 읽고_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난 영원히 너희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너희만 사랑할 거야……영원히…… 너희는 내 인생의 전부야…… ."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27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구요." 그는 웃으며 .. 2024. 11. 14. 글을 읽고_바빌론의 탑_단편집 중 일부(테드창) 그의 오감은 반란을 일으키며 그 어떤 물체도 이토록 높게 솟아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탑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대지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저런 곳에 올라가도 되는 것일까?-19"수레를 소중히 다루게.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많이 탑을 오른 수레라네." "자넨 이 수레가 부러운가?" 난니가 물었다. "아니. 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그 수레는 다시 제일 아래층까지 내려와야 해.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거야."-25태양이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는 세상의 가장자리 아래로 넘어가면서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괜찮은 구경거리였지, 안 그런가?" 쿠다가 물었다. 힐라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밤의 정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밤이란 하늘을 향해 드리.. 2024. 11. 13. 글을 읽고_속죄(이언매큐언) 그러나 어른처럼 보이는 데 겉치장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가식적인 관대함이었다.-58__억명의 사람들이 __개의 생각들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어느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61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 . 그녀가 아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떤 힘을 휘두룰 수 있는지, 그리고 모든 일이 틀어지는 것이, 그것도 완전히 틀어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희미하게나마 깨달았다.-65 사.. 2024. 11. 12. 글을 읽고_변신(프란츠 카프카) 그가 자기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황급히 닫히고, 단단히 빗장이 질려 차단되었다. 등뒤에서 난 갑작스러운 소음에 그레 고르는 너무도 놀라 그의 작은 다리들이 휘청 오그라들었다. 그렇게도 서둔 것은 누이동생이었다. 똑바로 벌써부터 거기 일어서서 기다렸다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튀어 왔기 때문에 그레고르는 누이동생이 오는 소리조차 못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문 속에 꽂힌 열쇠를 돌려 잠그며 누이는 「마침내!」 하고 부모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이제 어쩐다?」 자문하며 그레고르는 어둠 속을 둘러보 았다. 곧 그는 자기가 이제는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 가느다란 작은 다리를 가지고 실제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생각되.. 2024. 11.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