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 중국 문호 루쉰이 제자 쉬광핑에게 쓴 편지. 인생이라는 장도에는 큰 난관이 두 가지 있다. 갈림길과 막다른 궁지가 그것이다. 갈림길에서는 묵적 선생도 통곡하다 돌아 갔다고 하지만, 나는 울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우선 갈림길 앞에 앉아 쉬거나 한숨 자도 괜찮을 만한 길 하나를 택해 계속 걸어갈 것이다. 가다 정직한 사람을 만나면 음식을 달라 해서 허기를 달래되, 길을 묻지는 않으련다. 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 길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놈이 배고픔을 참다 못해 제 갈 길을 가면 그때 내려올 것이고, 끝내 가지 않는다면 나무 위에서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허리띠로 몸을 꽁꽁 묶어두고 시체마저도 놈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없다면 놈에게 잡아먹히긴 먹히되, 놈을 한 입 물어뜯어도 무방할 것이다... 2024. 11. 19. 글을 읽고_동물농장(조지오웰) 일곱 계명 1.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2.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다. 3.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모든 동물은 평등하다.-28"저기 저 위에 말이야, 동무들." 그는 커다란 부리로 하늘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하곤 했다. "저 검은 구름 너머에 말이야, 우리 불쌍한 동물들이 영원히 노동에서 해방되어 편안히 쉴 수 있는 슈거캔디산이 있어!" 자기가 언젠가 한번 하늘 높이 날다가 실제로 그 나라에 들어가 본 적이 있고 거기서 사시장철 클로버와 아마씨케이크가 자라는 풀밭과 각설탕이 자라는 울타리도 제 눈으로 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2024. 11. 17. 생각합니다. 매미는 울음을 토해내고 나는 무엇이든 꾹 눌러 담아야 했던 무더운 밤. 목적 없이 돌아다니던 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음역대가 자유롭게 오가는 걸 보니 노래인데 조금 희한하다 싶은 요란함이어서 나는 그 소란함이 얼른 지나가길 바랐다.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소리는 꽤 시끄러워서 다문 입술에 힘이 들어갔으며 내 앞을 지나갈 땐 줄어들지 않는 목청에 결국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시끄럽게……. 눈이 마주치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시끄럽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개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정중하게 띄우는 미소를 채 다 보기도 전에 별 대꾸 없이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그는 어물쩍 멀어졌고 좀 멀어진 기척이 난 뒤에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위가 어두워.. 2024. 11. 15. 글을 읽고_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난 영원히 너희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너희만 사랑할 거야……영원히…… 너희는 내 인생의 전부야…… ."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27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구요." 그는 웃으며 .. 2024. 11. 14. 글을 읽고_바빌론의 탑_단편집 중 일부(테드창) 그의 오감은 반란을 일으키며 그 어떤 물체도 이토록 높게 솟아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탑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대지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저런 곳에 올라가도 되는 것일까?-19"수레를 소중히 다루게.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많이 탑을 오른 수레라네." "자넨 이 수레가 부러운가?" 난니가 물었다. "아니. 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그 수레는 다시 제일 아래층까지 내려와야 해.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거야."-25태양이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는 세상의 가장자리 아래로 넘어가면서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괜찮은 구경거리였지, 안 그런가?" 쿠다가 물었다. 힐라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밤의 정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밤이란 하늘을 향해 드리.. 2024. 11. 13. 글을 읽고_속죄(이언매큐언) 그러나 어른처럼 보이는 데 겉치장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자제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뜻언뜻 드러나는 가식적인 관대함이었다.-58__억명의 사람들이 __개의 생각들을 가지고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사실 어느 누구도 특별할 수 없었다. 모두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61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 . 그녀가 아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떤 힘을 휘두룰 수 있는지, 그리고 모든 일이 틀어지는 것이, 그것도 완전히 틀어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희미하게나마 깨달았다.-65 사.. 2024. 11. 12. 글을 읽고_변신(프란츠 카프카) 그가 자기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황급히 닫히고, 단단히 빗장이 질려 차단되었다. 등뒤에서 난 갑작스러운 소음에 그레 고르는 너무도 놀라 그의 작은 다리들이 휘청 오그라들었다. 그렇게도 서둔 것은 누이동생이었다. 똑바로 벌써부터 거기 일어서서 기다렸다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튀어 왔기 때문에 그레고르는 누이동생이 오는 소리조차 못 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문 속에 꽂힌 열쇠를 돌려 잠그며 누이는 「마침내!」 하고 부모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이제 어쩐다?」 자문하며 그레고르는 어둠 속을 둘러보 았다. 곧 그는 자기가 이제는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 가느다란 작은 다리를 가지고 실제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생각되.. 2024. 11. 11. 글을 읽고_바늘과 가죽의 시(詩) (구병모) 백 아니면 흑. 나 아니면 너. 우리 아니면 그들. '아니면'의 자리에 '과'나 '와'가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짝지어서 불리는 예외도 있는데 죽음과 삶을 가리킬 때. 죽음과 같은 삶. 삶이자 죽음. 생명이 거한 곳에 어김없이 절반의 지분을 차지한, 삶과 죽음.-12살아남는다 치면 그 영속성이, 그러나 영원한지는 알 수 없는 고작 그뿐인 지속성이 주는 의미란 무엇이겠는지를, 묻지 않는다.-39사람들이 통틀어 옛날이야기라고 부르는 전설이나 신화, 민담에는 그런 이들 천지다. 저주와 천대와 박해를 받지만 사실은 유능하거나 은밀한 축복을 받은 이들이, 잘난 척하다 곤경에 빠진 친인척을 구해내고 기운 집안의 부를 일구거나 마을을 구한다. 미아는 형제들과 세상을 거닐 적에 그런 인간들을 비롯하여 그런 인.. 2024. 9. 22. 이전 1 2 3 다음